CEO 연봉 90% 줄이고 직원 급여 올렸더니 6년만에 매출과 이익이 2배로
국내 상장사 임직원 중 올 상반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였다. 김택진 대표는 급여 11억2200만원, 상여 83억1800만원을 합해 총 94억4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79억7200만원, 구광모 LG그룹 회장 65억7900만원 등 현직 대기업 총수들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경영인들은 회사 성과에 따라 높은 연봉과 상여금을 받는다. 그러나 이를 포기하고 자신의 몫을 직원에게 돌려주는 경영자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결제대행사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CEO 댄 프라이스가 있다. 댄 프라이스는 2015년 자신의 급여를 90% 줄이고 모든 직원의 최저 연봉을 7만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그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고 지금은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그래비티 페이먼츠 CEO 댄 프라이스.
본인 연봉 90% 깎고 직원 연봉 7만달러로…
2015년 4월 그래비티 페이먼츠 댄 프라이스 CEO는 자신의 연봉을 90% 깎아 전 직원 최저 연봉을 7만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댄 프라이스의 연봉은 110만 달러. 이를 7만달러로 낮추고 직원 117명의 최저 연봉을 3년 안에 7만달러 수준까지 인상하겠다는 것이었다. 프라이스는 파격적인 연봉 인상을 발표한 해에 모든 직원의 연봉을 5만달러까지 인상했다. 또 매년 1만달러씩 더 올려 2017년에는 전 직원이 연봉 7만달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인간은 연봉 7만달러를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를 참고했다고 한다.
이런 연봉 인상 결정은 미국 언론과 여론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 일부는 그를 현대판 '로빈후드'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과 평론가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언론에서는 댄 프라이스를 사회주의라고 칭하며 높은 임금은 결국 노동자의 생산효율을 떨어뜨리고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고 했다. 수백억원의 자산가이자 방송인 러시 림바우는 "MBA(경영전문대학원)에서 이 회사를 "왜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 사례로 삼아야 한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에 경영악화를 우려한 고객이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봉을 올린 결과는 많은 사람의 우려와 달리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늘었다. 고객유지비율도 95%로 늘어났다. 고객 문의도 월평균 30건에서 2000건으로 늘었다. 눈에 보이는 수치 외에도 우수 인재가 회사에 몰리기도 했다. 야후 주요 임원 태미 크롤도 연봉 80%나 줄여가면서 그래비티 페이먼츠에 합류했다. 태미 크롤은 "지금까지 돈만 보고 살았는데,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합류 이유를 밝혔다.
직원의 행복도도 높아졌다. 인상된 연봉으로 회사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통근 시간도 줄었고 이직률도 줄었다. 또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자 출산율도 올랐다. 1년에 아이를 가진 직원이 2명 정도였으나, 2016년에는 12명으로 늘었다.
댄 프라이스와 하와이 직원들. /그래비티 페이먼츠 제공
'회사가 직원을 착취하고 있다'는 말 듣고 충격에 결정
댄 프라이스가 이런 결정을 한 계기는 무엇일까. 연봉 인상 발표 당시 댄 프라이스는 "2주 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 연봉 인상은 2012년부터 고민해오던 문제였다.
댄 프라이스는 2004년 시애틀 퍼시픽 대학 기숙사에서 그래비티 페이먼츠를 창업했다. 동네 커피숍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낙후돼있는 걸 깨닫고 카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창업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도 극복하고 직원 수도 100명으로 늘면서 회사가 성장했다. 댄 프라이스는 2010년 미국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올해의 청년 기업가 선정, 2014년 시애틀 지역 최고경영자 선정 등 잘 나가는 경영자였다.
이런 댄 프라이스는 2011년 한 직원에게 들었던 하소연에 충격을 받는다. 어두운 표정을 한 직원에게 왜 그런지 물으니 "당신과 회사가 직원을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 직원은 개발자로서 연봉 3만5000달러를 받고 있었다. 댄 프라이스는 직원의 급여를 시세에 맞게 책정했다면서 다른 데이터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했다. 이에 직원은 "인간다운 삶을 데이터만으로 규정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댄 프라이스는 충격을 받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임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이후 닥칠 위기를 극복할 여유 자금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 폐해였다고 한다. 2012년 전 직원 임금을 평균 20% 인상했다. 여전히 회사 이익 성장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았다. 이런 결과를 얻자 자신감을 얻은 댄 프라이스는 고심 끝에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댄 프라이스가 직원에게 선물 받은 테슬라. /댄 프라이스 SNS 캡처
임금 상승 6년 후 지금은?
전 직원 최저 임금을 7만달러로 인상하고 6년이 지난 지금 회사 수익은 3배 늘었고 회사 거래규모는 6년 전 38억달러에서 102억달러로 늘었다. 고객 이탈률은 줄었다. 미국 평균치인 25%보다 적었다. 또 댄 프라이스는 직원 만족도를 강조했다. 그는 "집을 산 직원은 10배 늘고, 아기가 태어난 직원도 10배 늘었다. 직원 70%가 빚을 완전히 갚았으며 이직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2021년 7월 댄 프라이스는 직원들에게 선물을 받았다며 자신의 SNS에 테슬라 차 사진과 함께 자랑글을 올렸다. 직원들이 댄 프라이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자동차를 선물해 준 것이다. 누리꾼들은 "훈훈하다", "직원을 믿어준 대표, 믿음에 보답하기도 하고 선물도 준 직원들 모두 마음씨가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그래비티 페이먼츠에도 코로나19로 한 번 더 위기가 찾아왔었다. 회사는 미국 내 중소기업 약 1만3000개의 결제대행을 맡고 있다. 프라이스는 과거 인터뷰에서 "고객사 매출이 55% 줄었다"고 밝혔다. 고객사 매출에서 0.3%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그래비티 페이먼츠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는 "현 수준의 매출 감소가 계속되면 4~6개월 이내에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200명 직원 20%를 정리 해고하는 것과 이렇게 회사를 운영하다가 파산 신청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댄 프라이스가 선택한 건 전혀 다른 방법이었다. 그는 2020년 3월 직원에게 회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고 조언을 구했다. 직원들과 얘기를 나눈 결과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직원은 희생할 각오가 돼있다고 했다. 각 직원은 현재 급여에서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지 작성했다. 6명은 몇 달 동안 한 푼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24명은 50%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나머지 직원도 임금 일부를 줄일 의향이 있다고 했다. 물론 '누구도 정리 해고를 당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였다. 댄 프라이스는 급여를 0달러로 깎았다.
그 결과 2~3개월 뒤 회사 수익은 반등했다. 급여를 원래대로 돌릴 수 있었고 잠시 삭감했던 임금도 환금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댄 프라이스의 결정, 직원들의 자발적 급여 인하로 이번 위기도 잘 헤쳐나갈 수 있던 셈이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뉴스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금금리는 여전히 1%대...내 돈은 어디로? (0) | 2017.01.21 |
---|---|
'배우는 취미' 120억 매출 회사의 사내이사라는 배우, 누구? (0) | 2017.01.21 |
‘추캉스’ 대신 ‘추테크’...이번 명절은 집에서 재테크 공부합니다 (0) | 2017.01.21 |